연막 대신 드론을 띄워 적의 레이더를 켠다
전장에서 가장 위험한 드론은 반드시 폭탄을 싣고 날아오는 드론이 아닐 수 있습니다. 미 육군은 소형 소모성 무인항공기를 적 후방으로 보내 전자전 장비와 레이더가 스스로 전파를 내뿜도록 유도하고, 그 신호를 상급 지휘부의 표적화에 활용하는 전술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드론이 적을 보는 눈에서 적을 속이는 미끼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제가 보기엔 Project Flytrap의 핵심은 드론을 더 잘 격추하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적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켜고, 어디에 자원을 쏟게 만들지를 설계하는 데 있습니다. 전쟁터의 눈싸움이 이제 전파와 열, 가짜 표적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셈입니다.
전통적인 SOSRA가 드론과 전자전을 만난 까닭은 무엇일까요
미 육군 유럽 주둔 부대는 1년 넘게 Project Flytrap이라는 이름으로 대드론 장비와 전술·기법·절차를 시험해 왔습니다. 이 실험은 처음부터 공격용 기만 작전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드론이 넘쳐나는 전장에서 기동부대가 살아남고 임무를 수행하도록 대드론 체계를 현장에 맞춰보는 과정에서 출발했습니다.
Project Flytrap은 미 육군 V Corps가 주도합니다. 2025년 5월부터 8월까지 독일과 폴란드에서 진행된 2.0~4.0 단계에서는 어떤 지휘제대에 장비를 배치할지, 소부대가 드론을 어떻게 탐지하고 대응할지를 시험했습니다. 2026년 4월 30일부터 5월 19일까지 리투아니아 파브라데 훈련장에서 진행된 5.0 단계에서는 2nd Squadron, 2nd Cavalry Regiment와 미·영국 부대가 대드론 체계와 무인 지상차량을 함께 운용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목은 오래된 장애물 돌파 개념인 SOSRA의 재해석입니다. SOSRA는 적을 제압하고, 움직임을 가리고, 돌파구를 확보한 뒤 장애물을 줄이고 돌격하는 작전 틀입니다. 과거에는 지뢰와 철조망이 주된 장애물이었다면, 이제는 드론과 전자전, 대드론망이 기동을 막는 새로운 장애물이 됐습니다.
2nd Cavalry Regiment 지휘관 Timothy Price 대령은 이 변화를 설명하면서 연막 뒤로 숨어 움직이는 것만이 은폐가 아니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실제 돌파 지점과 다른 곳에 전자파·열·시각적 서명을 만들어내는 기만 계획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연막탄이 시야를 가리는 도구였다면, 무인체계는 적의 판단 자체를 흐리는 도구가 되는 셈입니다.
미끼 드론은 적의 방공망을 어떻게 움직이게 할까요
Price 대령이 제시한 구상은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소형 소모성 무인항공기를 적 후방으로 보내면 적은 그것을 탐지하거나 추적하기 위해 전자전 장비와 레이더를 켤 수 있습니다. 이때 드러난 전자파 신호를 상급 지휘부가 표적화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적에게 먼저 버튼을 누르게 하는 작전입니다. 공격자가 레이더를 찾는 대신, 레이더가 자신을 드러내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다만 소형 드론이 실제로 적 장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켜게 했는지, 그 성공률이 어느 정도인지, 이후 얼마나 빨리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 구상은 매력적이지만, 매력과 검증은 서로 다른 통장에 들어가는 항목입니다.
장애물 은폐 단계에서는 무인 지상차량도 등장합니다. 차량 위에 기만용 방사체를 올려 실제 돌파 지점과 다른 곳에 아군의 전자파·열·시각적 서명을 만드는 방안입니다. 적은 가짜 신호를 실제 부대의 움직임으로 오인할 수 있고, 그쪽으로 감시 자산과 화력을 분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 무인 지상차량과 기만용 방사체 조합이 이미 실전 배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Project Flytrap은 실험과 훈련 중심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시험장에서 신호를 잘 만들었다고 해서 진흙, 통신 두절, 적의 전파 교란, 예측하지 못한 민간 신호가 뒤섞인 전장에서 같은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50개가 넘는 기술을 시험해도 전장은 장비 목록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Project Flytrap 4.0에서는 Stryker 차량에 장착한 BLADE 체계가 500~800 meters 거리의 드론을 탐지·추적·교전하는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2025년에는 BLADE와 CROWS를 결합한 차량 탑재형 대드론 체계도 시험됐습니다. BLADE는 레이더와 사격통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드론의 요격 지점을 계산하는 체계입니다.
5.0 단계에서는 레이더, 무선주파수 무력화 장비, 운동에너지 요격체, 발사형 무인체계, 무인 지상차량 등 50개 이상의 업계 제공 기술이 시험됐습니다. 개별 병사와 소부대 수준을 넘어 비행대대급 통합 운용으로 범위가 넓어진 단계입니다. 센서가 보고, 네트워크가 판단하고, 요격체나 다른 무인체계가 움직이는 구조를 한자리에서 맞춰본 것입니다.
민간 기업을 끌어들이는 방식도 눈에 띕니다. Project Flytrap 4.5의 xTechCounterStrike 1단계에는 20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했고, 15개 결선 진출자에게는 $50,000의 상금이 지급됐습니다. 독일 푸틀로스에서 열린 2단계에는 11개 팀이 실제 참가했고, 최종적으로 네 개 우승 시스템이 선정돼 각 팀에 $350,000가 지급됐습니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경연대회 성적표가 아닙니다. 미 육군이 대드론 기술을 느린 단일 조달 사업이 아니라, 여러 기업의 해법을 빠르게 시험하고 살아남은 기술을 후속 계약으로 연결하려 한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방산기업과 신생 기술기업에는 시장의 문이 열리지만, 그 문을 통과하는 비용은 결국 국방 예산과 납세자의 몫입니다.
드론을 속이는 군대는 민간인의 통신도 건드릴 수 있다
대드론 전력 확대는 군사기지와 국경 인근 주민의 생활에도 닿습니다. 레이더와 전파 교란 장비가 늘어나면 민간 드론 운용이 제한될 수 있고, 휴대전화와 GPS, 항공 안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군사적 필요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의 통신과 위치정보가 조용히 희생돼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먼 유럽 훈련장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파 신호와 열 신호를 관리하는 방식이 군사작전의 생존성을 좌우하게 되면, 군사시설 주변 차량과 통신, 드론 활동에 대한 통제는 더 엄격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하늘에 뜬 작은 기체 하나가 전장에서는 미끼이고, 민간인에게는 통신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정보의 신뢰입니다. 드론 영상과 전자파 신호가 실제 전력인지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면, 전장에 있는 병사뿐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보는 대중도 무엇을 믿어야 할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가짜 표적은 적을 속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전쟁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판단까지 흐릴 수 있습니다.
새 전술의 약점은 적도 가만히 보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기만 전술은 상대가 속아줄 때만 작동합니다. 적이 가짜 전자파·열·시각적 서명을 식별하거나 미끼 드론을 전자전으로 무력화하면 효과는 줄어듭니다. 드론과 전자전, 대드론 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을수록 통신망 교란과 사이버 공격, 위치 노출이라는 새로운 취약점도 커집니다.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값싼 드론 하나를 막기 위해 고가의 레이더나 요격체계를 쓴다면 비용 교환비가 뒤집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 육군이 배회탄약과 수류탄·소형 폭탄 투하형 설계를 포함한 무장 드론까지 전력화하려는 흐름은 자연스럽습니다. 적 드론을 격추하는 방패와 적을 찌르는 창을 함께 갖추려는 것입니다.
제가 이 실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점은 장비 하나의 성능이 아닙니다. 여러 국가의 센서와 지휘통제, 대드론 체계를 실제 기동부대의 속도에 맞춰 연결할 수 있느냐입니다. Project Flytrap 5.0에서 50개 이상의 기술을 한데 시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대전에서는 최고 성능의 부품보다 서로 말을 알아듣는 체계가 오래 버틸 때가 많습니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특정 장비가 정식 조달·배치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시험 결과가 실제 전투에서 사상자와 장비 손실을 줄였다는 실전 검증 자료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미 육군의 기만 개념이 특정 국가나 특정 적군을 겨냥한 확정 작전계획이라는 근거 역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미 육군은 드론을 더 많이 띄우는 경쟁에서 한발 더 나아가, 드론으로 적의 눈과 귀를 잘못 움직이게 하려 합니다. 앞으로 지켜볼 것은 미끼 드론이 얼마나 정교한가보다, 적이 그 미끼를 알아챘을 때도 부대와 네트워크가 버틸 수 있는가입니다. 전장의 진짜 시험은 가짜 표적을 만드는 순간이 아니라, 상대가 가짜라고 알아챈 다음부터 시작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Project Flytrap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미 육군 V Corps가 주도하는 대드론 실험으로, 유럽 주둔 부대가 대드론 장비와 전술·기법·절차를 현장에서 시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미 육군은 드론으로 적의 레이더를 켜게 할 수 있나요?
소형 소모성 무인항공기를 적 후방으로 보내 전자전 장비나 레이더의 작동을 유도하는 구상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성공 사례와 성공률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무인 지상차량은 실제로 배치됐나요?
기만용 방사체를 무인 지상차량에 올려 실제 돌파 지점과 다른 위치에 전자파·열·시각적 서명을 만드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이 조합이 실전 배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Project Flytrap에서 시험한 기술은 몇 개인가요?
Project Flytrap 5.0에서는 레이더, 전파 무력화 장비, 운동에너지 요격체, 발사형 무인체계, 무인 지상차량 등 50개 이상의 업계 제공 기술이 시험됐습니다.
대드론 전파 교란은 민간 통신에 영향을 줄 수 있나요?
군사기지와 국경 인근에서 통신, 위치정보, 민간 드론 운용, 항공 안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별도의 관리와 검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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