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올라온 순간, 잠수정의 은밀성도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잠수정이 하늘의 드론을 쏘는 장면은 미래전의 상징이지만, 화면 속 고스트 샤크는 그 순간 수면 위에 있었다. 수중 은밀침투와 공중 타격을 한 몸에 묶는 구상은 매력적이지만, 발사 장면은 그 연결고리의 약점도 정직하게 보여줬다.
안두릴 오스트레일리아(Anduril Australia)는 10월 21일 고스트 샤크 초대형 자율 무인잠수정(Ghost Shark Extra-Large Autonomous Undersea Vehicle)이 수상한 뒤 상부의 12연장 경사식 발사기를 전개해 ALTIUS 자율 공중비행체(ALTIUS Autonomous Air Vehicle)를 쏘는 영상을 공개했다. 호주 정부가 이틀 전 기뢰, 해저 보급 캐시, ALTIUS를 고스트 샤크의 임무 탑재체로 제시한 뒤 나온 후속 장면이다.
국내 보도는 기뢰 12발과 드론 발사라는 장면에 멈췄다. 그러나 이번 공개의 핵심은 잠수정 한 척이 드론을 쐈다는 사실보다, 호주가 오커스 필러 2(AUKUS Pillar II)를 무대로 수중 플랫폼과 공중 효과기, 공통 센서를 묶어 누가 작전망의 규격을 정할지를 겨루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발사관은 증명됐지만, 작전 사슬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영상이 입증한 것은 분명하다. 고스트 샤크는 수상 상태에서 발사기를 올리고 ALTIUS 계열 드론 1기를 내보냈다. 잠수정의 상부 양쪽에는 탑재 공간이 보였고 접이식 마스트 2개도 확인됐다. 기계적으로는 수중 플랫폼이 공중 무인기를 싣고 전개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전쟁에서 발사관은 시작점일 뿐이다. 수중 접근 뒤 어느 시점에 수면으로 올라올지, 표적 정보는 어떻게 받을지, 드론과 데이터링크를 얼마나 유지할지, 무장 사용을 누가 승인할지가 실제 생존성과 타격력을 가른다. 영상 속 두 마스트가 통신 장비인지, 센서인지, 항법 장비인지조차 공식 설명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더구나 탑재된 ALTIUS의 정확한 형식도 공개되지 않았다. 비무장 정보·감시·정찰(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형과 탄두를 장착한 배회탄은 항속거리, 체공시간, 탑재중량이 다르다. 안두릴이 제시한 비무장 ALTIUS-600의 항속거리는 약 375킬로미터, 체공시간은 약 3.5시간이지만, 이 수치를 영상 속 기체의 능력으로 옮겨 적을 근거는 없다.
수상 발사 자체가 치명적 결함이라는 뜻은 아니다. 드론에 비행 경로를 미리 입력하고, 발사 직후 재잠항하면 노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수중에서 조용히 다가가 공중 센서와 타격망을 여는 구상은, 수면 위로 올라오는 짧은 순간에 가장 비싼 질문을 받는다. 잠수함의 적은 소음만이 아니라, 수면 위에서 길어지는 시간이다.
호주는 잠수정을 사는 것이 아니라 탑재체 시장의 자리를 사고 있다
호주 정부는 고스트 샤크 1대가 한 번의 임무에서 해상기뢰 최대 12발을 투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실제 도입 물량은 수십 대 이상이라는 표현으로만 남겼고, 기뢰 종류와 재고, ALTIUS 탑재 수량, 연간 생산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억제력의 숫자는 일부를 보여주고, 계산에 필요한 분모는 감췄다.
17억 호주달러 계약도 단순한 선체 구매로 읽으면 틀린다. 이 계약에는 수십 대 생산뿐 아니라 추가 개발, 연구개발, 유지지원이 함께 담겼다. 그래서 공개되지 않은 수량으로 계약액을 나눠 기체 단가를 계산하는 일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추측에 가깝다. 이 사업의 값은 선체 길이나 배터리보다 새 기뢰, 센서, 드론을 얼마나 빨리 갈아 끼우는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개 시점도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탑재체 일부는 10월 5일부터 25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에서 열린 마리타임 빅 플레이-퍼시픽(Maritime Big Play-Pacific) 훈련의 시연 또는 시험 대상으로 제시됐다. 안두릴 오스트레일리아의 데이비드 굿리치 회장이 오커스 필러 2의 초점을 공통 탑재체와 센서라고 설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추진잠수함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공통 발사체와 센서 규격은 훨씬 먼저 동맹의 구매 목록을 바꿀 수 있다.
한국에는 직접 영향이 크지 않다. 고스트 샤크의 호주 계약과 생산, 탑재체에 한국 기업이 참여한다는 확인된 정보도 없다. 다만 한국이 대형 무인잠수정과 무인수상정을 추진한다면, 수출 경쟁의 기준은 더 큰 무인 플랫폼 한 척이 아니라 소모성 효과기와 자율 지휘통제를 묶어 동맹국 운용망에 넣을 수 있느냐로 높아질 것이다.
고스트 샤크가 노리는 것은 무인잠수정 우승이 아니라 동맹의 발사대 표준이다
필자는 고스트 샤크의 당면 목표가 미국의 오르카나 영국의 XV 엑스칼리버를 성능표 한 장으로 이기는 데 있지 않다고 본다. 호주는 수중 플랫폼 자체를 팔 수 있는 후보로 남겨두면서도, 더 크게는 기뢰·공중드론·해저 보급 캐시를 실을 수 있는 동맹 표준의 한 축을 선점하려 한다.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호주는 완성 플랫폼 공동구매보다 공통 탑재체와 센서를 앞세운 오커스 필러 2에 고스트 샤크를 연결했다. 둘째, 17억 호주달러 계약은 생산뿐 아니라 개발과 유지까지 포괄하고, 호주 기업 42개 이상이 공급망에 참여한다. 이것은 일회성 시제기 경연보다 장기 산업 기반을 깔려는 투자다.
기뢰 12발 공개도 같은 맥락이다. 호주는 잠재 상대에게 해협과 항만, 연안 접근의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동시에 동맹국에는 그 효과기를 얹을 플랫폼과 생산망이 호주에 있다는 청구서를 내밀었다. 잠수정은 물속에 있지만, 계약서는 늘 수면 위에서 쓰인다.
내 판단이 틀렸다면, 그건 고스트 샤크가 공통 탑재체의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호주 왕립해군(Royal Australian Navy)의 제한된 국내 임무 자산으로 남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과 영국이 자체 초대형 무인잠수정(Extra-Large Uncrewed Undersea Vehicle)과 별도 탑재체 생태계를 우선한다면, 호주의 수출 구상은 상호운용성이라는 말보다 좁은 시장을 마주하게 된다.
다음 공개에서 봐야 할 세 가지
- 마리타임 빅 플레이-퍼시픽 이후 공개될 시험 결과와 미·영 상호운용성 성과가 2026년 10월 말부터 2027년 사이에 나오는지 봐야 한다. 단순 시연을 넘어 동맹 운용망에 실제로 연결됐는지를 가르는 신호다.
- 향후 해상시험이나 수출 홍보에서 ALTIUS의 정확한 형식, 실탄·전자전·ISR 구성, 발사관당 탑재 수량이 공개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영상이 정찰 실험인지 타격체계 통합인지 구분할 수 있다.
- 2027년 오커스 필러 2 사업 발표에서 공통 탑재체와 센서가 고스트 샤크 수출 또는 미국·영국 플랫폼 탑재 계약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봐야 한다. 그 결과가 호주의 표준 선점 시도가 사업이 됐는지 보여줄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고스트 샤크는 잠항 상태에서 드론을 발사했나
공개 영상에서는 수상 상태에서 상부 발사기를 전개해 드론을 발사했다. 잠항 또는 반잠수 상태 발사 능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고스트 샤크는 드론을 몇 대 탑재하나
영상에는 12개 관을 가진 발사기 1개가 작동했다. 실제 ALTIUS 탑재 수량과 다른 탑재공간의 발사기 여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17억 호주달러는 고스트 샤크 한 대당 가격인가
아니다. 17억 호주달러 계약에는 수십 대 생산, 추가 개발, 연구개발, 유지지원이 포함돼 있다. 정확한 도입 수량도 공개되지 않았다.
대표 사진 — 미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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