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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10월 22, 2026
심층분석

교훈 배웠다는 미군, 정작 배는 녹슬고 요격탄은 바닥났다

주한미군·태평양사령관의 우크라이나·이란전 교훈 적용 발언을 수송선단 붕괴·요격탄 고갈·훈련 축소라는 구조로 다시 읽는다.

교훈 배웠다는 미군, 정작 배는 녹슬고 요격탄은 바닥났다

요격탄은 바닥났는데, "기회"라고 부른다

패트리엇 요격미사일(Patriot (PAC-2/PAC-3))과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재고의 2분의 1~3분의 2가 올해 이란전에서 사라졌다. 복구에는 최소 5년이 걸린다는 게 미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의 계산이다. 그런데 이 재고를 끌어다 쓴 당사자인 로널드 클라크 미 육군 태평양사령부(U.S. Army Pacific) 사령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이란전으로의 패트리엇 전용은) 우리 체계를 현대화할 기회를 줬다.”

같은 주, 다른 발언도 있었다.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한미연합사령부(ROK-US Combined Forces Command)·주한미군사령부(United States Forces Korea) 사령관은 10월 12일 미 육군협회(Association of the U.S. Army) 연례총회 토론에서 “만약 우리가 제주부터 경기도까지 전역에서 훈련한다면 어떤 모습일까?”라고 되물었다. 두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관계를 이유로 을지프리덤실드(Ulchi Freedom Shield)를 11일에서 5일로 단축시킨 바로 그 훈련 체계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워싱턴에서 열린 이 토론의 요지는 단순하다. 태평양사령관과 주한미군사령관 모두 우크라이나·이란전에서 얻은 기동·위장·분산작전의 교훈을 인도태평양과 한반도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교훈을 적용할 수단—수송선단, 요격탄, 훈련 일정—이 지금 미군 내부에서 가장 부실한 축에 속한다는 점이다.

포부는 있고, 숫자는 없다

클라크와 브런슨의 발언을 다시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둘 다 ‘하겠다’고 했지 ‘언제, 얼마를 들여, 몇 개 부대로’는 말하지 않았다. 브런슨은 “우리는 그 방식(연 2회 대규모 지휘소연습 위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을 뿐, 분산훈련은 끝내 가정법으로만 제시했다. 군 소식통도 이것이 기존 훈련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추가하는 구상이라고만 설명했다.

포부와 예산 사이의 간극은 늘 있어왔지만, 이번에는 그 간극이 유독 선명하다. 발언 시점 자체가 공교롭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훈련을 깎아낸 지 두 달 만에, 야전 지휘관이 군사적 명분으로 훈련을 다시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모양새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실제 재설계로 이어질지, 아니면 다음 미 육군협회 총회까지 또 하나의 가정법으로 남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태평양에서 작전 중인 미 육군 상륙용주정(LCU) 모습
사진: 미 육군 · Sgt

필수 전력이라더니, 먼저 팔아치운 건 육군이었다

클라크는 태평양 도서 작전에서 상륙용주정(Landing Craft Utility), 예인선, 모듈식 잔교체계(Modular Causeway System) 같은 육군 자체 수송선단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이 선단은 2018년 134척에서 2024년 5월 기준 70척으로 거의 절반 줄었다. 가동률도 2020년 70%대에서 2024년 40% 미만으로 주저앉았다. 열 척 중 여섯 척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섬에서 섬으로 건너뛰는 작전의 다리 역할을 할 배가 정작 부두에 묶여 있는 셈이다. 클라크 자신이 “적이 당신을 보면 타격할 수 있다. 반격할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반격할 것이다”라고 경고한 그 위험에, 움직이지 못하는 배만큼 쉬운 표적도 없다. 육군은 이 공백을 8군수지원사령부(8th Theater Sustainment Command)가 추진하는 30~100척 규모의 무인수상정으로 메우려 하지만, 시제품 시험은 내년 여름에야 이뤄질 예정이어서 당장의 공백을 메우지는 못한다.

"기회"라는 말과 CBO의 경고 사이

클라크는 이란전으로 인한 요격탄 전용이 태평양 전구의 위험을 키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유럽·중동과 달리 태평양에서는 중국이라는 동급 경쟁자를 상대해야 한다고 그 자신이 분명히 밝혔음에도 그렇다. “그 두 전구(유럽·중동)에서는 동급 경쟁자가 아니지만, 우리 전구(태평양)에서는 분명히 동급 경쟁자다.”

CBO의 계산은 결이 다르다. 이란전 전체 비용은 380억 달러(8월 1일 기준)에 달했고, 그 과정에서 소진된 패트리엇·사드·SM-3·SM-6 요격탄은 중국처럼 탄도·순항미사일을 대량 보유한 상대와의 분쟁에서 훨씬 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CBO는 경고했다. 같은 재고, 같은 숫자를 두고 지휘관은 기회라 부르고 예산감시기관은 위험이라 부른다. 둘 중 누가 그 재고를 실제로 다시 쏴봐야 할지를 생각하면, 손을 들어주고 싶은 쪽은 낙관하는 지휘관이 아니라 숫자를 세는 예산감시기관 쪽이다.

한국이 떠안을 몫 — 제주부터 경기도까지

브런슨이 거론한 ‘제주부터 경기도까지’ 구상은 말뿐인 제안이 아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성민 대장과 직접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고, 실현되면 한국군의 훈련 장소·일정·예산 배분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거리로 치면 약 300마일, 제주에서 경기도까지 전역을 훈련장으로 쓰자는 이야기다.

이미 올해 을지프리덤실드 기간 중 대구·진해에 예비지휘소를 운용한 전례가 있어, 분산훈련은 일부 시작된 상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구상이 나온 시점이 공교롭다. 같은 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관계를 이유로 바로 그 을지프리덤실드를 11일에서 5일로 단축시켰다. 두 달 뒤 주한미군사령관이 훈련을 공간적으로 늘리자고 말하는 상황이니, 한국 입장에서는 '줄여라'와 '늘리자'는 신호를 동시에 받아 든 셈이다.

북한군이 러시아 파병을 통해 쌓은 실전 경험이 이 모든 논의의 핵심 근거로 거듭 등장한다는 점도 짚어야 한다. 적의 실전 학습이 아군의 훈련 설계를 바꾸는 구도는, 북한 입장에서는 파병의 군사적 환류가 이미 시작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령관들이 지금 팔고 있는 건 '교훈'이 아니라 '예산 요청서'다

필자는 이번 미 육군협회 발언을 교리적 전환의 선언이라기보다, 예산 시즌을 앞둔 군 지휘부의 공개 로비로 읽는다.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클라크와 브런슨 모두 ‘하겠다’는 의지만 밝혔을 뿐 시기·규모·예산은 전혀 내놓지 않았다. 둘째, 그 의지의 배경에 깔린 전력 공백—70척으로 줄어든 수송선단, 가동률 40% 미만, 최소 5년 걸릴 요격탄 재고 복구—은 전부 의회와 예산 당국이 쥐고 있는 변수다. 필자가 보기에 우크라이나와 이란에서 배운 교훈을 들고 나온 것은, 그 교훈을 적용할 돈을 받아내기 위한 가장 설득력 있는 포장이다.

내 판단이 틀렸다면, 그건 2027년 프리덤실드에서 실제로 분산훈련 요소가 예산과 함께 반영되고, 8군수지원사령부의 무인정이 예정대로 실전 배치될 때일 것이다. 그때는 이번 발언이 수사가 아니라 계획이었다고 인정해야 한다.

지켜볼 세 가지

  • 2027년 상반기 프리덤실드 훈련에 제주·지방 지휘소 등 분산훈련 요소가 실제로 반영되는지 — 반영되면 이번 발언이 예산까지 확보한 정책이었다는 뜻이 된다.
  • 2027년 여름경으로 예정된 8군수지원사령부의 자율운항 수송보트 시제품 시험 결과 — 실패하면 유인 수송선단 감축의 공백이 그대로 남는다.
  •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주한미군 감축·훈련 축소 조치 여부 — 수시로 나올 수 있는 변수로, 나올 경우 이번 분산훈련 구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자주 묻는 질문

을지프리덤실드는 왜 축소됐나?

2026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관계를 이유로 축소를 지시했고, 실제 훈련 기간이 11일에서 5일로 단축됐다.

제주부터 경기도까지 분산훈련 구상은 확정된 것인가?

아니다. 브런슨 사령관이 가정법으로 제시한 구상이며, 시기·규모·예산은 공개되지 않았다. 기존 훈련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추가하는 안으로 알려졌다.

미 육군 수송선단은 왜 줄었나?

2018년 134척에서 2024년 5월 기준 70척으로 줄었으며, 가동률도 2020년 70%대에서 2024년 40% 미만으로 떨어졌다.

대표 사진 — 미 육군 · Pfc
본문 사진 — 미 육군 · S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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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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